Phum Viphurit - Long Gone

 

 

 미안하다 태국. 솔직히 나는 너희를 좀 무시했다. 그래 말 그대로 무시했지. 아예 관심이 없었으니까. 태국에 대해 내가 연상 할 수 있는건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나 옹박, 똠양꿍...그리고 플레이보이 정도 뿐 이었다. 미국 잡지인 플레이보이가 끼어있는 이유는, 내가 어렸을 적 아버지가 일하시던 공장의 낡고 더러운 화장실에 놓여있던 플레이보이 잡지의 주인이 태국 출신 외국인 노동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 태국인은 전혀 예상치 못한 얼굴로 등장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내 달팽이관을 희롱했다. 눈을 반 쯤 감은 채 누워서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그 갑작스러운 자극에 눈이 번쩍 뜨였다. 잠시동안 멍하니 보고 듣다가 노래가 끝나기 전에 얼른 영상을 꺼버렸다. 마치 맛있는 음악을 아껴먹듯이, 애가 달아오르게, 조금씩 듣는 것. 좋은 음악을 즐기는 나의 방법 중 하나다. 아무리 애가 타도 반복해서 듣지 않는다. 어떤 곡이라도 곧 감동을 잃어버릴테니까.


 최근 88 Rising을 통해서 짱깨힙합이라는 굉장히 신비한 체험을 한 뒤로 유튜브에서 평소엔 관심 갖지 않았을 뮤지션들의 음악을 조금 들었다. 아마 그래서 Phum Viphurit의 음악을 유튜브가 추천해준것 같다. 대충 알아 본 바에 의하면 나이는 20살쯤 됐고 뉴질랜드에서 컸고 지금은 방콕에 산다나. 인디 뮤지션이다보니 정보가 별로 없다. 다른 블로그에 있는 정보도 출처가 하나 뿐인듯 같은 내용이다. 지금 대학생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구글에 검색해 보기 전까지는 읽기 어려운 그의 이름을 보고 대충 유럽 어디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별 생각 없이 영상을 틀었는데 의외로 처음에 동양인 여자가 나왔다. 한국 여자가 부르는 건가 싶었지만 갑자기 나온 컨트리삘나는 걸쭉한 남자 목소리가 마치 촉수처럼 대뇌의 전두엽을 휘감았다.


 나 빈티지야!! 하고 강력히 주장하듯 등장한 노이즈 낀 4:3 비율의 화면에 흐르는 느긋하고 빈티지한 소리와 그에 어울리는 귀여운 율동이 참 좋았다. 그리고 나타난 살짝 느끼한 눈빛의 남자는 야외에서 유선마이크를 들고 80년대 무대매너를 구사했다. 멜빵 엄청 촌스러웠는데 그런 바이브가 또 제법 땡겨준다.


 얼마 전에 신곡이 나왔길래 생각나서 써봤다. 언젠가 친구에게 어떤 영화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받았다. 친구는 아마 특정 장르나 분위기에 대한 대답을 원했겠지만 어느 한 가지를 쉽게 고를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좋은 영화를 좋아한다고 대답했다. 여러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편견이나 고정관념에 대해 어느정도 극복해 냈다고 생각했지만 멀었다 멀었어. Phum Viphurit이 태국인인것이 아니라 태국이 Phum Viphurit의 고향인 것이다.


Hold on loose, don't grip me so tight

I've got no wings to fly but this spirit's taking flight


So tonight, we'll dance, let's pretend we rule this town

In tomorrow's dawn

I'll be long gone

Long gone, long gone


I'll be long gone

I'll be long gone


Don't hold me loose, please grip me tight

My lungs are paper dry, from fear of losing sight


Take my palms, we'll build a wall around this town

In tomorrow's dawn, you'll be long gone

Long gone, long gone


You'll be long gone

You'll be long gone

I'll be long gone

I'll be long gone

You'll be long gone

You'll be long gone

I'll be long g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