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 하는 곳 근처에서는 여기저기서 음악소리가 들린다. 트와이스의 <Heart Shaker> 부터 장혜리의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까지 종류도 아주 다양하다. 그 중 7080 라이브 카페에서 들리는 음악은 재생목록을 아주 가끔씩 바꾸는데다 곡의 숫자도 많지 않아서 같은 곡을 하루에도 몇번 씩 듣게된다. 그러다 보면 잘 모르는 곡이더라도 자연히 가사를 외우게 되어있는데 이 <목로주점>역시 그렇게 알게 된 곡이다.
음악이 나오는 곳이 가사가 또렷이 들릴 정도의 거리는 아니라 처음 들었을 무렵엔 '이왕이면 더 큰 잔에 술을 따르고~' 근처 밖에 듣지 못했다. 그런데 더 큰 잔에 술을 따라마시자는 말이 왜인지 정말 좋게 느껴져서 집에서 검색해서 제대로 들어보았다. <목로주점>은 가수 이연실의 1989년에 발매 된 정규앨범 <<고운노래모음 1집>>에 수록된 곡으로 직접 작사 작곡을 맡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장르도 그렇고 세월도 세월인지라 음악 자체는 내 취향과 거리가 있었지만 그 가사만큼은 정말 내 감성에 딱 들어맞았다. 허름한 술집에서 좋은 친구와 마주 앉아 커다란 잔에 술을 마시고, 언제라도 찾아가면 친구를 만날 수 있는 곳. 적금을 타면 낙타를 사서 사막에 가자는 조금 허황된 이야기 까지. 그야말로 사나이 로망의 정수다.(내 기준)
정말 푸근하고 편히 먹고 마실 수 있는 술집은 대개 내 또래를 겨냥한 곳이 아니므로 술과 안주가 맘에 안들거나 너무 아재삘인 경우가 많다. 반대로 소위 힙하거나 예쁘고 '분위기 좋은' 가게들은 세련되고 교양있는 서울 사람이 아닌 촌스러운 지방 사람인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라 너~무 어색하고 비싸서 취하기도 힘들다(또 멀다). 언젠가 돈이 생기면 나만의 바이브로 술집을 열어보고 싶다. 간단한 창작요리 몇가지와 좋아하는 술 몇종류를 파는 푸근한 가게를 항상 상상해왔다.
멋드러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언제라도 그곳에서 껄껄껄 웃던
멋드러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언제라도 그곳으로 찾아오라던
이왕이면 더 큰잔에 술을 따르고
이왕이면 마주 앉아 마시자 그랬지
그래 그렇게 마주 앉아서
그래 그렇게 부딪혀보자
가장 멋진 목소리로 기원하려마
가장 멋진 웃음으로 화답해줄께
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삼십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멋드러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언제라도 그곳에서 껄껄껄 웃던
멋드러진 친구 내 오랜 친구야
언제라도 그곳으로 찾아오라던
월말이면 월급타서 로프를 사고
연말이면 적금타서 낙타를 사자
그래 그렇게 산에 오르고
그래 그렇게 사막에 가자
가장 멋진 내친구야 빠뜨리지마
한다스의 연필와 노트 한권도
오늘도 목로주점 흙바람 벽엔
삼십촉 백열등이 그네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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