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어머니의 농담

 

 매우 더운 날 이었고 아마도 여름방학이었던 것 같다. 언제나 처럼 친구 집에 놀러갔는데 친구 어머니가 집에 계셨다. 어머니가 라면을 끓여주셔서 셋이 같이 라면을 먹으며 타이타닉 비디오를 보았다. 디카프리오가 윈슬렛의 모습을 그려주던 장면 쯤에 어머니가 내게 자기 몸무게가 얼마나 나갈 것 같냐고 물었다. 내가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더니 자기는 200kg이라고 말했다. 


  친구 어머니는 체격이  조금 크셨지만 평균치를 크게 웃도는 정도는 아니었던걸로 기억한다. 몸무게가 200kg이라는 것은 당연히 농담이었지만 당시 40kg 내외 였던 나는 그 말이 사실이라고 믿고 뭐라고 대꾸해야할 지 몰라 당황했다. 그리고 어머니는 "생각보다 엄청 뚱뚱하지?" 하고 말씀하셨다.


 나는 이사를 왔고 이젠 그 친구와 연락하지도 않지만 별 것 아닐 수 있는 이 이야기가 종종 생각난다. 지금 내게 그 장면은 마치 핏덩이를 뱉어내는 모습처럼 보인다. 머릿 속이 꽉 차 답답할 때면 그 때의 친구 어머니처럼 감정을 돌돌 말아 내뱉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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