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카로 살아남는 법 (mean girls), 2004


 영화에 대한 나의 첫 이미지는 미국 하이틴 영화이다. 처음 본 영화가 하이틴 영화라는 말은 아니고 내가 처음으로 영화를 찾아서 보던 시기에 많이 눈에 띄던 장르가 하이틴이었다. 당시 위디스크 영화섹션에는 삼류 액션, 포르노, 그리고 하이틴 영화가 80%정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어린 나의 영화세계는 접근성이 좋았던 영화들로 채워지게 되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좀 더 좋은 영화에 대한 요구가 커지던 때에 내가 영화에 바라는 점은 하이틴 영화에서 찾기 힘들다는 것을 알았고 자연스레 멀리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영화를 굳이 찾아서 본 계기는 유튜브에서 우연히 짧은 클립을 보게되었는데, 재미가 있었다. 그 뿐이라면 그냥 저냥 넘어갔을텐데 이 영화에서 묘한 향수를 느꼈다. 한 때 나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것들에 대한 향수. 그것이 귀찮음을 무릅쓰고 이 영화를 찾아보게 만들었다.


 퀸카로 살아남는 법은 오락영화의 전형이며 기승전결이 확실한 공식을 따라 진행되는 뻔한 영화이다. 하지만 또 오락영화의 모범이라 불릴만 하다. 착실하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가벼운 유머로 웃기고, 마지막엔 나름대로 교훈도 주려  노력한다. 제 의무를 다 하면서 그 사이의 밸런스를 아주 잘 유지했다고 생각한다. 배우들의 큰 가슴도 크게 한 몫 했다.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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