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래퍼에 대한 단상과 양홍원 (Young B) - Jazz Vibe (feat.Bryn)

 난 티비도 잘 안보고 인터넷으로는 보고싶은 것만 골라보는 타입이기에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잘 알지못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되는 정보들이 꽤나 많아 남들과의 대화에서 크게 뒤쳐지지 않는 것같다. 《고등래퍼》라는 프로그램의 존재도 날씨를 보기 위해 들어간 포털 인기검색어 순위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어서 알 수 있었다. 사실 제목부터 경멸했지만 힙합팬인 나로서는 그래도 약간 흥미가 동해서 유튜브에 관련 동영상이 보이면 가끔 보고있다.


 철저하게 매니아층 중심이었던 힙합음악이 2012년 쇼미더머니의 방송부터 슬슬 변하기 시작하더니 이후 빈지노 정규 앨범의 대 흥행과 컨트롤 디스전을 비롯한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메인스트림 음악으로 자리잡은지 꽤 시간이 흘렀다. 그 과정에서 유행에 편승해 대충 만들어진 같잖은 방송들이 있었고 《고등래퍼》는 그 최신판이다. 아래사진은 유튜브에서 본 힙합의 민족2의 클립인데 그 웃기지도 않은 프로그램이 시즌2 까지 나왔다니 참 놀라웠다. 물론 방송일 뿐이고 다들 좋은 사람이겠지만 보이는 그대로 봤을 때 프로듀서랍시고 앉아있는 븅신들 죽탱이를 갈기고 싶었다.(no diss)

 

 《고등래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인기있는 얼간이들 몇명 앉혀놓기만 하면 밥벌레 유망주들이 알아서 방송은 물론 논란 및 화제까지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컴피티션 형식 방송은 참 편한것 같다. 그래도 제법 영리한건 작금의 힙합 주요 소비층이 중고딩 코찔찔이들과 뇌 용량500cc 전후의 20대 초반이라는 점을 캐치하고 그에 걸맞는 수준으로 방송을 제작한 점이다. 또 요즘 방송은 sns가 그 존망을 가른다고 할 수 있는데 sns의 주 이용층 역시 비슷한 연령대이다. 방송국 pd라는 사람들은 내가 알기로 상당히 똑똑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방송 수준이 떨어지는건 모두 이러한 점을 고려해 계산된 좆같음이라고 생각한다. 고등래퍼라는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다. 얼마나 간결하고 노골적인가.


 출연자들 역시 인간 모습을 한 돌고래의 아종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랩에서 개성이라곤 찾아 보기 힘들고 가사 역시 방송 막내작가가 써주는 건지 다 똑같은 사람이 쓴 느낌이다. 사실 이 문제는 비단 고등래퍼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힙합플레야 오픈마이크에 서식하는 다수의 벌레들과 음악으로 밥 벌어 먹는건 물론 롤렉스시계 까지 사는 프로 래퍼들도 크게 다르지 않아보인다. 몰개성은 기형적으로 성장한 한국 힙합의 가장 대표적인 문제이다. 스윙스, 비와이, 씨잼 등 소위 랩 괴물(ㅋㅋ)로 불리는 래퍼들의 '개성'이 '유행'이 되어버렸다. 개성이 유행이라니 더 이상 그게 개성으로서 의미가 있을까. 그리고선 본인은 남들과는 다름을 핏대올리며 부르짖는다. 그리고 가사에 영어 남발하는거 진짜 웃긴다. 2000년대 부터 욕먹는건데 아직도 그러고있다. 스팸에 김치 싸먹는 애들이 사전 들여다보면서 영어 가사 써놓고 헤헤거리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rap star, video star, movie star


그 중 하날 고른 것 뿐인 네가 무진장


현명한 이가 됐다고 착각마 갑자기 만들어진 캐릭터 따위 언젠간 뽀록나지

                                                                                       

E-Sens - 체험 MC 현장 中


 하지만 어딜가도 재능있는 이들은 항상 있다. 《고등래퍼》에도 몇몇 두각을 드러내는 이들이 있는데 그 중 나는 양홍원이 인상깊었다.(사실 다른 애들은 잘 들어보지도 않았다.)



아침에 떠 있는 해의 색 내 맘대로 색칠해 어떤 색을 칠하지 고민 중 내 친구가 던졌네 오케이 Man 네가 고른대로 오늘 하루를 살아보자고 때론 검정색의 방해꾼 들이 막아도 네가 든 붓으로 때려 누구도 날 방해할 수 없어 일어나서 우유를 마시진 않지만 깨끗한 유리잔의 부유를 만들어주지 않아 난 뛰어 빨에서 보까지 그저 내 삶이 나의 도화지 날 느낀다면 그날부터 난 누나들의 오빠지 Ho ho 난 멋진 래퍼가 됐고 큰 무대 위에 올랐지 표정엔 건방이 들었고 난 마실꺼야 그녀들의 호흡까지 똑 똑 엄마가 문을 두드리고 난 꿈에서 깨어났지 근데 yo yo 꿈을 밤에만 꾸냐 멍청한 놈들 이런건 몰랐지 Let's talkin that jazz vibe 넌 어떤 아침에 깼나 Let's takin that jazz vibe 또 어제처럼 했나 Let's takin that jazz vibe 우린 필요해 많은 생각이 Let's takin that jazz vibe 필요해 어제와 다른 색깔이 굿모닝 엄마 궁금해 하지마 내가 오늘은 어디로 가는지 나 가는 길은 가르침 따윈 없으니 안돼 가늠이 버스비 줘 다른 아줌마들 아들과는 다르니까 떠날래 멀리로 Only one thing 괜찮아 맘에 안드는 옷핏도 I wanna be a star 난 곡 만들 수 없어 연결고리처럼 또래친구들을 바보로 만들어버리는 가사도 못 써 범비처럼 나같은 놈의 가슴을 찢어놓을 수도 없어 내 전 여친처럼 그래도 난 날아 When I fly 차라리 너네랑 달라서 괜찮아


 어떻게 보면 카피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플로우나 가사나 전체적으로 빈지노의 존재감이 강하게 느껴지고 있지만 나는 그게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 커리어가 없는 신인이기 때문에 본인 스타일을 잡아가는 한 과정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그의 다른곡을 들어본적이 있는데 꽤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위에선 카피에 가까운 랩을 하는 고등래퍼들을 상당히 다양한 표현으로 비난했는데 왜 양홍원은 예외인가 하는 의문이 들 수 도있다. 거기에 대해서 몇마디 하자면 애초에 기본기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톤이나 발성도 좋은 편이고 가사의 울림이나 구성도 산뜻하게 다가왔다. 힙합 음악에서 가사를 쓰는것은 곧 작곡과 비슷한 행위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듯 했다. 그리고 빈지노의 스타일이 따라하고 싶다고 쉽게 할 수 있는게 아니란건 노래방에서 아쿠아맨을 불러본, 남이 부르는걸 들어본 이들이라면 쉽게 알거라고 생각한다.


 쇼미더머니던 고등래퍼건 엉망인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관심을 갖게 되는건 바로 이런 신인들의 등장 때문이다. 양홍원 외에도 멋진 랩을 보여준 고등래퍼들 모두 앞으로 좋은 음악으로 내 귀를 즐겁게 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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