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타임에 대한 고찰

 킬링 타임(killing time). 딱히 숨겨진 의미가 있는 단어는 아니다. 말 그대로 시간죽이기이다. 부정적인 의미로도 쓰이고 그냥 아무 뜻 없이 쓸 수도 있다.


 얼마전까지 나는 소위 킬링 타임 영화나 드라마 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었고 경멸하기 까지 했었다. 하지만 문득 그 단어의 의미만을 생각해보니 제법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것. 다시말하면 시간가는줄 모른다는 말이 아닌가?


 영화로 예를 들자면 아주 훌륭한 작품이 있어서 약 2시간 가량 몰입해서 결말을 보았다. 그럼 이 영화는 나의 2시간을 사라지게 만든 킬링 타임영화다...와같은 멍청한 '킬링 타임'용 생각을 하고 있자니 지금까지 지껄인 말이 모두 궤변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애초에 전제가 잘못되었다. 킬링 타임은 시간을 죽이는것. 그것은 인생에서 나의 시간을 지워버린다는 말이고 그 이후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2시간 짜리 좋은 영화를 봤다면 4시간은 더 즐거울 수 있고 어쩌면 인생이 바뀔지도 모른다. 그런건 킬링 타임이 아니었다.

'적바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속죄  (0) 2018.03.28
임시로 살고있다.  (0) 2017.07.06
꼬리가 짧은 고양이를 보았다.  (0) 2017.02.07
초연함  (0) 2016.11.02
시작  (0) 2016.10.24